[34회] 박정희는 神입니다

2012년 11월 16일 08시 11분

박근혜 후보의 오늘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박근혜라는 대선후보가 누려온 정치적 자산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 절대 권력자 박정희 대통령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33년 전, 비명에 간 절대 권력자. 박정희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하는 이른바 박정희 탄신제가 지난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렸습니다. 그 현장을 뉴스타파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난 11월 14일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95회 탄신제.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통령 그 이상이었습니다.

피와 땀을 마을과 조국에 헌신하신 반인반신의 지도자는 이제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남유진 구미시장

행사장에는 지역의 주요 정치인들과 참배객들로 가득합니다.

금오산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금오산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 전설이 꼭 이루어지도록 여러분들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심학봉 새누리당 국회의원

아침 일찍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주차장에는 차를 댈 자리도 없습니다. 주로 인근 경상도 지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연례 행사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국가 유공자들이 단체로 버스에서 내립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국가유공자들이에요.

(오늘 박 전 대통령 생각에 처음 오신 거예요?) 날마다, 행사 때마다 오죠. (작년) 동상 세울 때도 왔고.

김광옥 (62세)

“저는 대구에 사는데 1년에 보통 한두 달에 한 번씩 꼭 오거든요. 오늘은 새벽 6시 버스 타고 왔습니다.

(왜 이렇게 자주 오세요?) 그 분은 나라에 다시 없는 분이고, 신이잖아요. 저는 집에서도 빈소 모셔놓고 있습니다.

(빈소요?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요?) 반 전 대통령 내외분 빈소를 옛날 육영수 여사님 돌아가신 이후부터 모시고 있어요.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죠.

민족중흥회, 구미시 새마을회, 행사장 주변 거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제를 기리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습니다. 본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길게 줄을 지어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향하는 곳에는 5미터 높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있습니다.

부처님에게 절을 하듯 두 손을 모아 간절한 소망을 비는 할머니들이 모습이 눈에 띕니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도 찍습니다. 이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영웅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세계에서 제일 영웅 같은 영웅이에요.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당신들 전부 다 대학교 나왔어. 이 양반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잘 살 수가 없어.

(일부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독재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빨갱이들이 하는 이야기에요.

“아니야. 유신 독재 안 했으면 안 돼. 잘 한 거야. 잘 한 거야.”

“독재자의 딸이 뭐요. 독재자의 딸이. 난 그걸 보고... 아주 민주통합당이고, 문재인 같은 XX가 뭘 알아. 안철수 같은 거지같은 XX가 뭘 아냐고. 어?”

행사장 참석자에게는 자원봉사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을 축하하는 노란 리본과 박정희,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를 인쇄한 배찌를 달아줍니다. 깨끗하게 복원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실물 크기의 대통령 사진과 함께 기념 촬영도 합니다.

“아들 같네. 그렇게 하니까.”

“그래요? 내가 아들 해야 되는데...”

생가 앞마당은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숙모제에서 사람들은 모두 엎드려 절을 합니다. 숙모제는 엄격한 예를 갖춰 진행됐습니다. 일부 참배객들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 만들어주세요, 각하.”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던 박근혜 후보는 대선 때문인지 꽃바구니만 보냈습니다. 본 행사장에는 일반인 참배객들 뿐만 아니라 김관용 경북 도지사를 비롯해 구미 지역의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격화 하며 딸인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를 지원해 달라고 반 노골적으로 말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우리 국가가 이만큼 성장했으며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겠습니까. 그런 대통령의 딸이 지금 올해 12월에 대권 후보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 분이 주셨던 유지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의 정성과 의지를 모아서 서울에 계시는 우리 후보님께 보내드립시다.

심학봉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근혜 후보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여러분 박수로 박근혜 후보님이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남유진 구미시장

“이 기를 전부 우리가 똘똘 모아서 후보께 보내서 꼭 이번에 당선 되셔서 우리 대한민국을 반듯하게 세우시고 새로운 대한민국, 우리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김태환 새누리당 국회의원

참배객들 일부도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 서 있었습니다. 일부 참배객은 박사모 조끼를 입고 있었고 선관위 관계자들은 이를 철저히 감시하기보단 부탁을 합니다. 모두 박근혜 후보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선관위 관계자들이 애처롭습니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박근혜씨한테 폐를 끼치는 그런 영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하지만 연단에서는 계속 위험한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께서는 오시지는 못했습니다만 건강하게 뜻대로 발전하길 기대하고 여기에서 조금 더 나가면 (선거법에) 문제가 되니까, 담 넘다가 툭 걸리면 호박인 줄 그렇게 알고...”

김관용 경북도지사

상대적으로 선거운동이 자유로운 여당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금오산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금오산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 전설이 꼭 이루어지도록 여러분들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심학봉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들 정치인들은 탄신제가 끝난 뒤 박정희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시 박근혜 후보를 밀어달라고 말합니다.

“우리 박근혜 후보님 건강을 기원하는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러분 박수 한 번 보내주십시오. 다른 거 얘기하면 선거법에 문제가 돼서 건강만 기원합니다. 아시겠죠?”

남유진 구미시장

행사에 참석했던 청중들은 아예 대놓고 선거운동에 나섰습니다. 법보다 지역 정서가 먼저입니다.

“선관위야?”
(네.)
“선관위면 찍어, 찍어! 잘 찍어봐!”
“놓아라, 이 손. 가져와. 체포영장 가져와.”
“잘 하고 있어. 잘하고.”
“내 아버지 집에서 하는데 왜 말이 많아."

박근혜 후보의 캠프 관계자라며 사실상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 장면도 뉴스타파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습니다.

“박근혜 대표쪽의 총괄 고문이에요.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해요. 얼마 안 남았으니까.”

“아주 상당한 차이로 (당선)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서 협조해야죠.”

“잘 좀 부탁드릴게요. 이번에 이겨야 합니다. 빨갱이한테 지면 안 돼. 안 됩니다. 무조건 이겨야 돼.”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배객들은 박정희 대통령 영정에 수없이 절을 했습니다. 방명록에는 각하를 존경한다는 글귀가 이어졌습니다. 드문드문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를 기원하는 문구도 담겼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셋 중에 제일 안 낫겠어요? 제일 낫지 싶어요.”
(어떤 측면에서 제일 나을까요?)
“거짓말 안 하고 자기 아버지만큼 소신 있게 잘 하지 싶어요.”

주민1

“근혜씨는 아버지 덕이에요. 아버지 덕으로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누가요?)
“근혜씨.”
(아 네.)
“근혜씨도 자기 아버지 믿고 나왔고, 내 생각에 그래요. 여자로서 믿고 나왔고, 같은 값이면 지만이가 나왔으면 좋을 건데...”

주민2

(박근혜 후보 찍으실 건가요?)
“아이고. 시집도 안 가호 육십 한 해 됐는데 한 번 해 줘야지. 해줘야지. 찍어줘야지. 되도록.”

“이번에 대통령 박근혜씨.”

“다 희망하고 원하는 분입니다. 잘 될 겁니다.”

2012년 12월 14일 참배객들에게 박정희는 영웅이자 신이었습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제 천왕에게 견마지로의 충성을 받쳤던 사람입니다.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장기 집권을 위해 삼선 개헌을 했고 유신 독재 체제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탄신제에 참석한 참배객들에게 박정희는 한국 경제성장의 신화 그 자체일 뿐입니다. 그들의 기억은 1970년대에 멈춰 있습니다. 그 기억도 매우 편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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