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 '업무상 배임' 기소... 법원은 '편집권 침해' 인정

2022년 05월 31일 13시 00분

노동조합 탄압, 편집권 침해, 배임 등 의혹을 받아온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이 기소됐다. 뉴스타파가 '한창원 사장이 감옥에 간 측근에게 수감 중 월급을 주는 등 부당한 금전 지원을 했다'는 배임 의혹을 보도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법원은 최근 뉴스타파가 보도한 한 사장의 편집권 침해 의혹에 대해 '편집권 침해가 맞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검찰, 뉴스타파 보도 10개월 만에 한창원 사장 기소

지난 18일 인천지방검찰청은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사장과 공모해 정부 보조금 횡령 범죄를 저지른 측근이 감옥에 가자 회삿돈으로 월급을 주는 등 회사에 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 노조의 단체교섭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거절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다. 
한 사장은 지난 2018년 12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빼돌린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한 사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전직 기호일보 직원 조 모 씨는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한 사장은 조 씨에 대한 확정판결이 난 뒤에도 조 씨를 해고하지 않았고, 수감 기간인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경까지 계속 월급을 줬다. 심지어 회삿돈으로 영치금과 전별금도 지급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한 사장이 조 씨에게 부당 지급한 회삿돈은 약 1억 700만 원에 달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업무상 배임 금액이 1억 원에서 5억 원 사이일 경우 양형기준은 징역 1~3년이다.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은 한창원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창원 사장, 기소 피하려 '억지 주장'... 보완수사로 기소 늦어져

한창원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은 지난해 8월, 경찰의 사건 송치는 지난해 12월에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에야 한 사장을 기소했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하며 기소가 늦어졌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한 이유는 한창원 사장 측의 거센 항변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 사장 측은 경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반발했고, 검찰은 이런 한 사장의 주장을 검증하라며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한 사장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맞지 않았다. 
먼저 한 사장은 '구속된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업무상 임무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기호일보 취업규칙에 따르면,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해고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동 전문가들도 앞선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수감돼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사람에게 월급을 줄 의무는 없다. 오히려 준다면 회사에 부당하게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사장은 수감 중인 조 씨에게 급여를 준 이유에 대해 "회사 간부회의를 통해 월급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기호일보 취업규칙에는 '직원의 채용·징계·해고'는 인사위원회 의결 사항이라고 나와 있다. 한 사장이 정말 조 씨에 대한 해고, 급여 지급 여부를 적법하게 결정하려 했다면, 인사위원회를 열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 씨의 거취와 관련한 인사위원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또, 한 사장이 주장한 '간부회의'는 기호일보 내 어떤 규정에도 권한과 역할이 명시되지 않은 불분명한 회의체다. 한 기호일보 직원은 "간부회의는 사장이 편집국장, 임원진과 광고 수주액, 신문 판매량, 회사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해 여는 임의적인 회의일 뿐이다. 안건을 의결하는 기능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있는 기호일보 사옥. 

경찰 보완수사에도 배임 혐의 여전... 결국 기소 

결국 한 사장의 주장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 사장의 배임 혐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도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한 사장을 기소했다.
뉴스타파는 한창원 사장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법원 "한창원 '사장님 기사'는 언론 편집권 저해"

한창원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법원은 한 사장의 편집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3월 보도한 일명 '사장님 기사'와 관련된 사안이다. 
한창원 사장은 기호일보 편집국에 특정 기사의 작성을 요구해 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기호일보에서는 이런 기사에 '사장님'이라고 표시해 기사 작성·송고 시스템을 통해 하달했다. 이러한 '사장님 기사'는 대부분 한창원 사장과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들의 성과와 동정을 알리는 것들이었다. 기호일보 전·현직 직원들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사장님 기사'는 사장과 친분·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에 대한 기사여서 꼭 내보내야 하는 기사를 뜻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뉴스타파를 통해 '사장님 기사' 관련 의혹이 보도될 당시, 한창원 사장은 해당 의혹을 함께 보도한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를 실어 기호일보와 한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호일보에 5천만 원, 한 사장 본인에게 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한 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8일 기호일보와 한 사장이 낸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오히려 법원은 한 사장의 행위가 언론의 기본 원칙인 '편집권 독립'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 한창원은 기호일보의 등기이사로서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사장인데, 경영 책임자인 사장이 특정 기사를 '사장님'으로 표시하여 편집국에 전달하는 것은 편집권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편집권 독립은 언론의 독립 중 중요한 요소로 기호일보 내 구성원들과 경영진 간의 편집권 독립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 대한 보도는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

기호일보 - 미디어오늘 손해배상소송 판결문(2022.05.18)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