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저널리즘 포기했나?

2013년 07월 18일 10시 49분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의 편파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국정원 사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 달 가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100건을 넘어섰지만  공영방송은 이 같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또 정부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

지상파 방송들은 국정원 사태가 이어진 지난 7개월 동안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진실 규명에 나서기 보다는 검찰 발표나 정치권 입장이 나올 때만 마지못해 보도하는 듯한 소극적인 행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왜곡된 발췌록에 근거해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주장에 대해서는 앞다퉈 주요 뉴스로 다뤘다. 결과적으로  국정원 사태 국정조사 이슈에 물타기를 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에 적극 부응한 것이다.

공영방송사의 내부 검열도 강화되고 있다.

MBC는 최근 노조의 보도시스템 접근 권한을 박탈함으로서 공정보도를 위한 노조의 견제를 무력화시켰는가 하면 ‘국정원게이트 불방 사태’를 겪은 시사매거진 2580의 취재기자에 대해 업무배제조치를 내렸다.

KBS 역시 국정원 사태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촛불문화제 등에 대해 아예 취재 지시조차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 방송사의 편파보도가 극심해지면서 취재현장에선 이들 방송사 소속 기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는가 하면 KBS,MBC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전문가도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뉴스의 편파 왜곡 보도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KBS가 추진하는 시청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80%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상파 뉴스를 보지 않겠다는 시민도 늘어나고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국가와 국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가는 지난 MB정부의 4대강 사업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지난 6일 만 명, 13일엔 2만 명.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정원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주최측과 경찰의 추산에 차이가 있지만 참석자가 일주일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을 만큼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안태진 / 대학생]
“많은 사람들이 모인만큼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은 지상파 방송에선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6일에 KBS가 단신으로 보도했을 뿐입니다. 그마저 보수집회 단골인 어버이연합의 집회와 묶어 9시뉴스 끝자락에 단 10초 동안 화면을 내보낸 것이 전부입니다. 2만 명이 모인 13일 집회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이색 시구는 리포트로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앵커는 프로야구 인기 못지 않은 화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즘 프로야구 인기 못지 않게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시구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시민 수만 명이 운집하고 전국적으로 시국선언과 항의 집회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지상파 뉴스만 놓고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길이 없습니다.

[김경숙 / 서울시 효자동]
“시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 같은 경우는 시민의 돈으로 운영하면서 시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은 방송의 기본이 안 된 거죠.”

[이동훈 / 서울시 인수동]
“흔히 정론직필이라고 해서 언론의 본분을 얘기하는데 뭐 정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는 직필이라도 좀 한국 언론들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뭐의 외압이 있는 것인지 알아서 기는 것인지.”

이렇게 시민들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다 보니 지상파 취재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수난을 당하기 일쑵니다.

“여러 소리 할 거 없어. MBC 가!”

[MBC 취재기자]
“파업하고 그랬던 기자인데 현장에 나와있는 사람한테 뭐라 하시면...”
(욕먹는 걸 데스크 가서 이야기를 하시면 되요.)
“MBC 기사 순 엉터리야”

지상파 방송들은 지난달 새누리당이 왜곡된 발췌본을 근거로 NLL 문제를 꺼내 들고 정치공세를 펴자 마치 사실인양 메인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초미의 관심사였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이를 반박하는 NLL관련 지도를 공개했을 때는 KBS,MBC 어느 곳도 이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SBS만 짧게 단신으로 다뤘을 뿐입니다.

국방전문가인 김종대 씨는 이에 항의해 KBS와 MBC와의 인터뷰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김종대 데핀스21플러스 편집장]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은 크게 부각된 반면에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시했을때는 보도에서 빼 버리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시차를 둔 일종의 편파성이 있다 할 수 있는 거죠. 어떤 주장, 말, 이런 것들은 여당에 유리하게 계속 보도를 해주고, 야당에서 근거 제시하는 것 자체를 빼버렸다는 것은 보도의 기본, 균형성을 완전 상실했다고 전 판단했고. 이건 분노할 수밖에 없죠.”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를 다루는 뉴스도 공방만을 다루며 핵심을 피해갔습니다.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하다보니 국정원 사태 진상규명에 가장 앞서왔던 사람이 결과적으로 국정조사 특위 파행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돼버립니다.

[김현 민주당 의원]
“새누리당이 고발한 거 가지고 문제를 삼는, 그 부분을 그대로 언론에서 받아쓰기 하고 있는거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무슨 갈등과 분열 뭐 친노니 아주 정말 조잡한 조어들을 만들어내서 계속 공격을 하는거죠.”

KBS와 MBC는 그동안 국정원 관련 의혹을 앞서 파헤치기 보다는 마지못해 뒤쫓아 가는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해왔습니다. 국가정보기관이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혀 해외 주요 언론마저 이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는데도 국정원 개혁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주문 발언이 나오자마자 이틀 만에 낯뜨거운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KBS는 여태 침묵하다 갑자기 국정원 개혁이 중차대한 문제가 된 것처럼 무려 3꼭지를 메인뉴스에 쏟아 부었습니다. 대통령 눈치보기를 자인한 꼴이었습니다.

[윤지선 민언런 활동가]
“정치권력이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방송사측의 안위에 매몰돼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방송국의 자체 검열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정원 사건을 다루려다 불방조치된 MBC2580의 담당 취재기자는 부장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취재에서 빠지라는 업무배제조치를 당했습니다. 사측은 노조가 공정보도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갖고 있던 보도시스템 모니터링 권한도 빼앗아버렸습니다.

[김병현 MBC노조 보도민실위 간사]
“민실위가 보도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가 있었는데요. 그 부분이 일방적으로 삭제가 됐습니다. 지난 2002년 민실위의 보도시스템 아이디가 처음 만들어진지 12년 만이고요. 김재철 사장이 있던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던 거죠.”

KBS의 경우 촛불집회 현장에 아예 촬영기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 본부장]
“예전에는 그래도 촛불집회나 그런 국민들이 있는 곳에 가서 취재라도 했는데 요즘은 아예 무시해서 취재도 안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그냥 정파적 목소리라고 외면해버리고 자기의 길을 가는. 이런 것들이 아주 굉장히 뿌리 깊게 인식 속에 있다.”

[고승우 방송독립포럼 회장]
“언론과 정치권이 한통속이 되고 그 외의 시민사회, 대학가 등과는 너무나 다른 이질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사회가 위험한 상태로 가고 있다 그런 우려가 됩니다.”

언론의 입을 막고 추진한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은 결국 비참한 후폭풍을 맞고 있습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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