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1,243일만의 승소... '검사' 윤석열, 검증의 시간

2023년 04월 20일 2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에 쓴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자료가 곧 공개된다.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서류 등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최초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곳의 시민단체는 검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3년 5개월 만인 지난 13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의 최종 공개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 17일에는 검찰에 내용증명을 보내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대로 예산 자료의 공개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예산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특별한 권력 기관'인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탈바꿈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또 현직 대통령이 검사 시절, 세금을 오남용하지 않았는지 검증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소송 내내 시간끌기와 궤변·억지 주장으로 일관하고, ‘수사 기밀’이라는 사유를 앞세워 최고 권력자의 예산 집행의 비밀을 감추려 했다. 1,243일 동안 치러진 이번 행정소송을 정리했다.

2019.10.18. 특수활동비 등 예산정보 공개청구... 검찰 ‘수사 기밀’ 비공개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을 검사로 살아왔다. 검사들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여러 예산을 쓴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도 이 돈을 썼다. 
하지만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쓰는지 공개한 적은 없다. ‘수사 기밀’이라는 단 네 글자로 검찰은 공개 요구를 차단해왔다.
뉴스타파와 함께 공직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2019년 10월 18일, 검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쓴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수사 기밀’이라며 거부했다.

2019.11.18. 뉴스타파·시민단체, 검찰의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

한 달 뒤인 2019년 11월 18일, 뉴스타파와 3곳의 시민단체를 대표해 하승수 변호사가 검찰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냈다. 
원고 하승수, 피고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재판은 서울행정법원 2부(재판장 이정민)에 배정됐다. 검찰 예산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소송이 시작됐다.
▲ 2019년 11월 18일, 하승수 변호사는 뉴스타파와 3곳의 시민단체를 대표해 검찰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2021.3.4.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소송 제기 8개월 뒤인 2020년 7월, 1심 첫 변론이 열렸다. 석 달 뒤인 10월에 2차 변론, 2021년 1월에는 3차 변론이 이어졌다. 이때만 해도 여느 행정소송 재판과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  
▲ 2021년 3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그런데 2021년 3월 4일, 변수가 생긴다. 이번 행정소송의 실질적 피고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이다. 1심의 4차 변론을 2주 앞두던 때였다.
윤 총장이 사퇴하자, 검찰은 재판 날짜를 연기해야 한다며 법원에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특수활동비 관련 부분은 검찰 내에서도 검찰총장과 관련 담당자만이 관여하는 보안사항입니다. 따라서 본건 소송수행은 내부의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이루기가 매우 곤란한 상황입니다.

검찰의 기일변경신청서, 2021.3.15.
검찰은 ‘검찰 정기 인사 이동 때문에’, 또는 ‘소송 수행자가 다른 재판을 해야 해서’ 등 갖은 핑계를 대며 1심에서만 4차례 재판을 연기했다.
재판을 힘들게 만든 것은 시간끌기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은 재판 내내 궤변과 억지 주장을 폈다. 특수활동비 공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는데, 검찰은 ‘정보 부존재’ 주장을 들고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쓴 건 맞지만, 이에 대한 집행내역은 없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돈을 내어줄 때 그게 '집행'이라는 개념입니다. 그 이후의 사용은 '구체적인 사용 내역'에 불과한 것이라서 저희가 그 자료를 법적으로 작성해서 보관하고 관리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검찰 측 소송 수행자 (1심 3차 변론, 2021.1.28.)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정보는 특수활동비의 ‘집행내역’이다. 그런데 검찰이 갖고 있는 자료는 특수활동비의 ‘사용내역’이다. ‘집행’과 ‘사용’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은 검찰에 없기 때문에, 공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정보의 부존재 주장을 깨기 위해서는, 원고 측인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특수활동비 정보의 존재’를 입증해야 했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문서가 존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문서가 존재하는데 문서가 없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정보공개 관련 행정소송을 여러 차례 진행해봤습니다마는 이건 명백히 법원을 기만하는 거라고 봅니다.

하승수 변호사 (1심 3차 변론, 2021.1.28.)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의 제출을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보의 부존재 주장’을 고수하며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관련 자료도 1심 재판장의 자료 제출 명령 1년 2개월 만에야 무성의하게 제출했다. 당시 검찰의 태도에 재판장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 1심 재판장: 지금 자료 취합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신 게 벌써 1년 전이거든요. 그러면 (전체 자료) 600권 중에 그냥 2권을 무작위로 가지고 오셨다는 거네요.
□ 검찰 측 소송 수행자: 저희가 600권에 있는 업무추진비하고 특정업무경비 관련 자료를 다 뽑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1심 재판장: 지금 이거 2권을 제출을 하시는 것도 이 중에서 이 사건의 정보에 해당되는 것만 제출을 하셔야죠. 그 전체를 제출하시면서 (판사가) 알아서 찾아보라고 이렇게 하시는 게 아니라.

1심 4차 변론, 2021.9.9.

2022.1.11. 1심 판결 선고... 뉴스타파·시민단체 승소, 검찰 예산정보의 공개 이끌어낸 사상 첫 판결

검찰의 시간끌기, 억지 주장으로 1심 판결 날짜가 잡히는 데까지 786일, 2년 2개월이 걸렸다. 2022년 1월 11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B219호 법정. 재판장이 1심 선고문을 읽어 내려갔다.
주문. 피고 검찰총장이 2019년 10월 30일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019년 10월 21일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정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별지 2' 목록 기재 공개대상정보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1심 판결문, 2022.1.11.
1심 재판부는 일부 개인정보만을 제외하고,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집행 건별로 일자, 명목, 장소, 금액,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은 물론, 지출 증빙자료(지출결의서, 내부 결재서류, 신용카드영수증, 현금수령증, 계산서, 세금계산서 등 지출을 증빙하는 서류 일체)의 공개를 판결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승소. 검찰 예산 정보의 공개를 이끌어낸 첫 판결이다. 
▲ 2022년 1월 11일, 1심 판결 선고 직후 하승수 변호사가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정보 부존재’ 궤변을 이렇게 일축했다.
피고들(검찰)이 특수활동비에 관한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1심 판결문, 2022.1.11.
수십 년 동안 국민의 알권리를 막아온 수사 기밀 등 검찰의 예산 정보 비공개 논리도 무너졌다.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심 판결문, 2022.1.11.

2022.1.26. 문재인 정부의 박범계 장관, 검찰에 ‘항소 지휘’

검찰은 법원의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 2022년 1월 26일,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항소를 지휘했다.
2022년 1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항소 여부를 묻는 같은 당의 의원에게 “항소를 지휘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국가가 당사자거나 참가인인 행정소송에서 정부 기관 등을 지휘할 권한을 갖는다. 
■ 최강욱 국회의원: 검찰 특활비 문제. 그 내역 공개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시민단체가 승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항소를 할 예정입니까?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오늘 조금 전에 항소지휘를 했는데요. 최강욱 위원님 걱정하시고 지적하시는 것처럼 특활비가 궁극적으로는 최소화 내지는 없어져야 할 그러한 제도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아직은 있습니다.
■ 최강욱 국회의원: 현실적인 필요성이라고 하는 것이 그러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쓰는 공공기관에서 현실적인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공개하라고 하는 것인데 현실적인 필요성을 들어서 그 공개를 부인한다는 것은 저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는 것 같고요. 이 부분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것 같고, 장관님의 의지가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2.1.26.
결국, 박 장관의 지휘에 따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으로 이어졌다.  

2022.3.10. 윤석열 대선 후보, 대통령 당선

2심 재판 시작을 약 두 달 앞두고 소송 시작 이후 최대의 변수가 생겼다.
2022년 3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행정소송의 실질적인 피고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됐다. 검찰로서는 예산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더 추가된 셈이다.
▲ 2022년 3월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심 재판을 준비 중이던 하승수 변호사는 당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재판의 진행이 힘겨워질 것을 걱정했다. 
과연 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고요. 결국 그걸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이 아닌가. 최소한 시간 끌기는 못 하게 만드는. 최대한 검찰도 소송에 협조해서 최대한 빨리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2022.4.6.)
예상한 그대로였다. 2심 재판 시작 일주일 전인 2022년 5월 20일, 검찰은 또다시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이 무렵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 법안에 저항하며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퇴했는데, 이를 빌미로 검찰은 재판을 미뤄달라며 2심 재판부에 기일변경을 요청했다.
피고 1(검찰총장)이 공석인 관계로 소송수행에 관한 의사결정이 어려워 피고 1(검찰총장)의 소송수행자로서는 부득이 본 기일변경신청에 이른 것입니다.

검찰의 기일변경신청서, 2022.5.20.
두 달 뒤인 2022년 7월 15일, 여전히 검찰총장은 공석이었다. 검찰은 또 법원에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도 사유는 ‘검찰총장의 부재’였다.
‘검찰총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그 직무를 대리하나, 이 사건은 검찰 예산과 관련된 최초의 소송으로서 관련 자료가 외부로 제출되거나 공개된 바 없고, 특히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부분은 피고 1 검찰총장과 일부 담당자만이 관여하는 사항에 해당하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검찰의 기일변경신청서, 2022.7.15.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검찰의 기일변경신청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는 준비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총장 공석을 핑계로 또다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입니다. 따라서 이번 변론기일 변경신청을 받아들이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하승수 변호사의 준비서면, 2022.7.17.
2심 재판의 향방이 달린 결정적 순간. 재판부는 “검찰의 기일변경신청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2.7.21. 2심 재판 개시... 검찰, 또 다른 억지 주장 들고 나와

2022년 7월 21일,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6개월 만에야 2심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더 이상 특수활동비 자료가 없다는 궤변은 되풀이하지 않았다. 대신 예산 자료 정리가 힘들어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새로운 궤변을 들고 나왔다.
한 권의 장부에는 본건과 무관한 수많은 예산 항목들이 혼재되어 있고, 특정 예산 항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부 안에 포함된 모든 내용을 검토하여야 구분이 가능하며 매년 생산되는 자료의 양이 매우 방대하여 이를 재분류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검찰의 항소이유서, 2022.2.28.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엿볼 수 있는 변론이라고 비판했다.
어떻게든 공개를 안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한마디로 말하면. 그러니까 소송 수행을 담당하는 검사들이나 법무관들이 쓴 돈이 아니잖아요. 특수활동비든, 특정업무경비든, 업무추진비든. 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썼을 것인데. 근데 1선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어쨌든 이유를 만들어서 비공개를 해야 되는 입장이었을 것이고, 그게 아마 검찰의 방침이었겠죠. 검찰 조직의 방침이 ‘어떻게든 이것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특수활동비는. 그러니까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이 소송에서 이겨야 된다’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닌가.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2023.4.18.)

2022.9.1. 검찰, 2심 재판부에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 제출

2022년 9월 1일, 2심의 2차 변론. 검찰이 재판부에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예산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 조직이 생긴 이후,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가 검찰 청사 밖으로 나온 최초의 순간이었다. 1심 재판 때는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텼다.
이제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자료를 보고 공개·비공개를 판단하면 재판은 끝난다.  

2022.10.20. 2심 결심... 하승수 VS 검찰, 마지막 논박

2022년 10월 20일, 2심 3차 변론에서는 검찰과 하승수 변호사의 마지막 논박이 오갔다.
□ 검찰 측 소송 수행자: 결과적으로 검찰이 자료를 편집 가공해서 제공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고 분량과 이걸 별도 전산 자료로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사실상 공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하승수 변호사: 있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관리하고 있는 정보만 공개해 달라는 것이고, 수사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회계와 관련된 집행 내역과 지출 증빙 자료만 요구하는 것인데 지금 엉뚱한 말씀들을 하고 계셔서 재판부께서 그 부분을 엄밀하게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심 3차 변론, 2022.10.20.
이날 재판장은 2심 판결 선고 날짜를 두 달 뒤로 잡았다.

2022.12.15. 2심 판결 선고... 뉴스타파·시민단체 또 승소

이변은 없었다. 2심 재판부 역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승소를 판결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수사 기밀 등 검찰의 정보 비공개 주장을 기각했다.
수사과정에 소요되는 경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와 집행내역(수령한 현금 액수)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 활동에 관한 사항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2심 판결문, 2022.12.15
▲ 2심 재판부가 공개를 판결한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정보의 목록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각 건별로 일시와 금액이 담겨 있는 세부 집행내역을 비롯해, 지출결의서, 내부 결재서류, 현금수령증 등 지출 증빙서류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돈을 누구에게 줬는지 수령인의 이름과 어떤 수사 때문에 돈을 줬는지 적혀 있는 집행 명목은 가린다.
특정업무경비는 집행 건별로 일자와 금액은 물론, 사용 장소까지 공개가 이뤄진다. 2심 재판부는 지출 증빙서류도 예산을 사용한 사람의 이름과 사용 목적,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수만을 제외하고, 지출결의서와 내부결재서류, 신용카드 영수증, 현금수령증, 세금계산서 등을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업무추진비의 경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어떤 사유로, 언제, 어느 음식점에서, 누구와, 뭘 먹었는지 알 수 있는 수준까지 공개된다. ‘업무추진비의 지출 증빙자료 공개와 수사 기밀의 노출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못박고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설령 피고 검찰총장의 주장과 같이 간담회 등 공식행사에서 범죄 관련 정보나 수사방법 등이 공유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 정보의 공개로 공식행사와 관련하여 지출한 내역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을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2심 판결문, 2022.12.15.
재판부는 특히 ‘정리가 힘들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검찰의 궤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개를 청구한 정보의 양이 방대하다고 하더라도 그 공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청구를 받은 피고들로서는 일정 기간별로 나누어 제공하거나 열람과 병행하여 제공할 수 있을 뿐, 자료의 양이 방대하여 재분류가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심 판결문, 2022.12.15

2022.12.28. 검찰... 2심 판결 불복, 대법원 상고

그러나 검찰은 예산 정보의 공개 대신, 대법원 상고를 선택했다. ‘윤석열 특수활동비’의 공개를 늦추기 위한 꼼수를 끝까지 이어간 것이다.

2023.4.13.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뉴스타파·시민단체 승소 판결 확정

행정소송을 시작하고 세 번의 해를 넘겼다.
2023년 1월 3일, 대법원이 3심 재판부의 판단에 필요한 기록을 2심 법원으로부터 모두 넘겨받았다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대체로 3심은 이 기록을 토대로 현장 변론 없이 서면 심리로만 이뤄진다. 따라서 1·2심과 달리 검찰은 재판 지연 꼼수를 부릴 수 없다. 대신, 대법원의 심리가 언제 마무리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다시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정확히 100일이 지났다. 
2023년 4월 13일 오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은 이번 정보공개 행정소송의 원고인 하승수 변호사에게 심리불속행 기각을 통지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심리하지 않고 기각해 원심을 확정하는 제도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곳의 시민단체는 지난 17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법부가 최종 판결한 대로 관련 예산의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1,243일이 걸렸다. 계절이 11번 바뀐, 힘겨웠던 소송의 시간은 갔다. 이제 검증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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