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바이오메드, '유해 물질'로 인공유방...경찰 수사

2020년 11월 03일 17시 37분

유명 실리콘겔 인공유방 제품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업체 한스바이오메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재료로 ‘벨라젤’(Bellagel, 허가번호 제허15-1620호) 인공유방 등 주력 제품을 불법 제조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9월 이 같은 혐의로 한스바이오메드 서울사무소와 대전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전직 임직원을 중심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한스바이오메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을 어기고 인체 이식용 제품에 사용할 수 없는 재료를 사용해 벨라젤 등 이식형 의료기기를 생산한 혐의(의료기기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불법 제조 증거가 확인된 한스바이오메드의 인공유방 벨라젤 제품군은 지난 2015년 11월 식약처 허가를 받고 출시됐다. 엘러간(Allergan)사 등 글로벌 회사 제품이 절대 강세인 인공유방 보형물 업계에 처음으로 국산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벨라젤은 국내 허가 이후 2018년까지 3년 사이에만 4500여개가 유통됐다.
▲한스바이오메드가 홈페이지에서 '벨라젤' 인공유방 제품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 벨라젤 브랜드 홈페이지)
실리콘 인공유방의 구조를 보면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게 ▲외형을 잡는 쉘(껍데기) ▲쉘 내부를 채우는 실리콘겔 ▲쉘을 밀봉하는 동전 크기의 실리콘 마개, 즉 패치로 구성된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쉘과 실리콘겔이 내부에서 분리되지 않도록 접착 공정을 거친다. 이 쉘과 실리콘겔 사이를 붙이기 위해 인체 이식용으로 쓸 수 없는 접착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실리콘 원료 제조사 다우코닝(Dow Corning)의 ‘7-9700’ 실리콘 접착제다. 이 접착제는 주로 인체 외부에 부착하는 반창고 등을 제조할 때 쓰인다. 
다우코닝은 해당 접착제를 인체이식 용도로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다우코닝의 접착제 설명서를 보면 특별히 두꺼운 글씨로 “이 제품은 인체 이식용으로 고안되지도,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기간과 상관 없이 인체 이식용으로 부적합하다(The product is not designed for, intended for and therefore not suitable for implantation of any duration in the human body.)”고 적혀 있다.
벨라젤의 쉘을 밀봉하는 실리콘 마개 부품도 인체 이식에 부적합한 재료로 제조했다. 이 부품은 다우코닝의 ‘Q7-4850’이라는 원료를 사용했는데, 이 역시 허가사항 위반이다. Q7-4850는 탄성을 지닌 실리콘 원료다. 주로 반창고 등 피부에 부착하는 제품이나 튜브, 카테터 같은 인체에 일시적으로만 삽입되는 의료기기를 제조할 때 쓴다. 이 원료의 설명서 첫페이지 상단에는 “30일 이내로만 체내에 삽입되는 제품 등 의료기기 제작에 쓰는 열경화 탄성중합체 원료(heat-cured elastomer raw materials for use by customers fabricating medical devices, including those intended for implantation in humans for less than 30 days.)”라고 적혀 있다. 반영구적으로 인체에 머무르는 인공유방 보형물 제조에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독성물질 유발 위험성은 더 심각한 우려를 부른다. 벨라젤 인공유방 불법 제조에 쓰인 7-9700 접착제와 Q7-4850 실리콘 원료는 모두 고온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한다. 문제는 벨라젤은 제조 과정에서 150~160도에 이르는 열처리 공정을 4~8시간 거친다는 점이다. 다우코닝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이 두 원료는 고온에서 공통적으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생성한다. Q7-4850에 “15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포름알데히드 증기를 생성(When heated to temperatures above 150 degrees C in the presence of air, product can form formaldehyde vapors)”한다.
▲한스바이오메드 인공유방 제품 하단에 '벨라젤' 브랜드가 적힌 실리콘 마개가 부착돼 있다.
이식형 의료기기 제조 공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Q7-4850은 인공유방 같은 장기간 체내에 이식되는 의료기기에는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이라며 “한스바이오메드의 공정대로 가공한다면 최종 제품에도 여러 독성물질이 함유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뉴스타파는 한스바이오메드 내부 자료를 토대로 이 회사가 위법하게 인공유방 설계를 변경하거나, 허가 사항과 다른 원재료를 사용한 정황을 추가로 검증하고 있다. 이처럼 환자와 의료 소비자를 농락하는 불법 행위를 회사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꾸미고 숨기려 한 기록도 확인된다. 한스바이오메드의 조직적 공모, 은폐 과정은 후속 보도에서 상세하게 다룬다.
취재 결과, 감독당국인 식약처 역시 몇 달에 걸친 경찰 수사 과정과 회사의 범죄 혐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의료기관과 국민들에게 안전성 정보를 배포하거나 업체에 판매중지, 제품 회수 명령을 내리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해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병이 논란이 된 ‘엘러간 인공유방 사태’를 겪고도 교훈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취재 자문에 응한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바로 이 엘러간 사태를 지적하며 “식약처가 신속하게 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시민과 환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 뉴스타파는 더이상 모든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 취재에만 전념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압축된 사실만 담아 첫 보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의 조치는 물론, 보도가 늦어지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가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는 불법 인공유방 보형물을 추천받고, 이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안이했던 식약처의 대응 과정 역시 차례로 보도하고,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지난 2일 취임한 김강립 신임 식약처장 앞에 한스바이오메드 사건이 숙제로 던져졌다.
한스바이오메드의 벨라젤 인공유방을 사용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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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취재홍우람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