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김형준-박수종 뇌물 혐의 기소... 공수처 1호 기소 사건

2022년 03월 11일 17시 50분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연속보도를 통해 폭로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수종 변호사의 뇌물 수수 및 공여 혐의에 대해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기소를 결정했다.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이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피의자에게 금품, 향응 제공받은 검사… 봐주고 또 봐준 검찰

뉴스타파는 2019년 보도한 <죄수와 검사> 첫 번째 시즌에서, 지난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이었던 김형준 부장검사가 피의자였던 검찰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으나 대검찰청은 이를 무혐의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죄수와 검사] ⑥ 검사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 범죄 덮였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인 2019년 10월 김형준의 '고교동창 스폰서'로 알려진 죄수 K는 김형준과 박수종 두 사람을 뇌물 수수 및 공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1년 가량의 수사 끝에 2020년 10월 두 사람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사실상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또 한 번 사건을 뭉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수처가 있었다. 8개월 만인 2021년 6월 중순 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이첩받는 공수처는 9개월의 수사와 법리 검토를 거쳐 오늘 (2022년 3월 11일) 마침내 두 사람을 기소했다. 뉴스타파의 첫 보도 이후 2년 반 만이다.  이 사건은 공수처의 제1호 기소 사건이 됐다. 

공수처, 두 차례 검찰 판단 뒤집고 기소

피고인들은 김형준 전 검사가 인사 이동을 한 뒤에야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졌으므로 뇌물의 직무관련성과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과거에 담당했던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 역시 직무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 (2003도 1060)에 따라 기소를 했다고 밝혔다. 1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소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돈과 향응을 받은 것은 맞지만 수사 무마 정황은 없었다”는 2016년 당시 대검 감찰팀의 판단과 2019년 경찰 송치 이후에 수사를 뭉갠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판단은 공수처에 의해 뒤집히게 됐다. 검찰의 판단이 결국 ‘제식구 감싸기’였음이 입증된 것이다.
다만 공수처는 박수종 변호사가 김형준 검사에게 제공한 금품과 향응 5천여만 원어치 가운데 천 백만 원 상당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향응 백만 원어치와 금품 천만 원이다. 나머지 4천 5백만 원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나 돈을 갚은 시기 등을 고려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공수처는 설명했다. 
공수처는 검찰출신 전관 변호사인 박수종의 금융범죄 혐의를 무마하는데 다른 검사들의 관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기록을 입수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던 주진우 검사 등 검사 여러 명이 박수종 변호사가 수사를 받던 시점을 전후해 수시로 통화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죄수와 검사]⑧ '박재벌' 통화내역, 청와대 그리고 22명의 검사들) 결국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 혐의 무마에 그와 수시로 통화한 다른 검사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영영 밝혀지기 어렵게 됐다. 
김형준과 박수종의 뇌물 혐의를 경찰에 고발한 죄수 K의 변호인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공수처의 기소로 그동안 검찰이 내렸던 불기소 결정이 잘못됐다는 게 입증됐다. 공수처의 출범 목적대로 공소유지에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