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해경 녹취 공개… ‘그날 정부는 없었다’

2014년 07월 03일 00시 37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기관보고 사흘 만에 파행을 겪었다.

국조 특위 야당 위원들은 2일 세월호 침몰 당일인 4월 16일과 다음날인 17일 청와대 상황실과 해경청 상황실 간의 직통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해경이 제출한 이 통화 내용은 사고 초기 청와대와 해경청이 사태를 얼마나 안일하게 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해경청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세월호 침몰 신고 이후 한 시간이 지난 시점인 9시 54분, 청와대가 구조 작업을 하고 있냐고 묻자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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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별 다른 지시없이 변동사항이 있으면 보고해 달라고만 한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세월호가 수백명의 생명과 함께 바닷속에 거의 잠긴 상태였다.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의 첫 구조 지시가 떨어진 건 해경과 첫 교신을 한 뒤 무려 1시간이 지난 10시 37분이었다. 이때 이미 세월호 선체는 대부분 물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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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공개된 청와대와 해경의 통화 내용으로 세월호 침몰 초기 청와대를 정점으로 정부의 무능력과 안이함이 낱낱이 공개됐고, 2일 열린 국조 특위에서 여야의 신경전은 끝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고 당일 구조가 급박한 시각에 청와대가 해경에 사고해역 영상을 계속해서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에 나와있다며 이 때문에 구조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이어 "VIP가 그것을 제일 좋아하고 그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부터 해라, 끊임없이 얘기한다"며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김 의원의 VIP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하고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광진 의원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발언한 데 대해 사과를 했지만 여야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설전이 계속됐다.

여당 위원들은 결국 오후 2시 반 재개하기로 한 특위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기자회견을 열어 김광진 의언의 발언을 문제 삼아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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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 특위가 파행 위기에 치닫자 회의장에 남은 유가족들은 또다시 절망에 휩싸였다. 회의가 재개될 기미가 없자 유가족들은 여당 특위 위원들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여당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파행 5시간 만에 기관보고는 속개됐지만, 지난 4월 16일 정부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듯 진상규명을 위해 열린 국회마저도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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